소장사항 : 한성대학교 학술정보관
소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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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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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76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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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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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번호 :
0776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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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위치 :
어문학자료실(3F)
16-B2-e-00****
- 별치기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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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기호 :
833.6 ㅇ353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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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문학자료실(3F) 16-B2-e-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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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6 ㅇ353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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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불가
예약자 : 0명 |
책소개
향수, 리본, 모자, 지금까지 이 섬에서 사라진 것들
새, 장미, 소설, 앞으로 이 섬에서 사라질 것들
알 수 없는 힘으로 인해 사물의 존재와 기억이 사라져가는 섬. 주기적으로 ‘소멸’이 일어나면 섬사람들은 그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고,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강압적인 비밀경찰에 끌려가 사라진다. 소설가인 ‘나’의 어머니 역시 기억을 잃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이었고, 이미 소멸한 물건을 지하 서랍장에 숨겨두고서 나에게만 남몰래 보여주며 어떤 물건인지 설명해주곤 했다. 그런 어머니가 비밀경찰에 불려갔다가 시신으로 돌아오고, 들새 연구가였던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 ‘나’는 가정부 할머니의 남편이자 페리 정비사였던 할아버지와 단둘이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아버지의 연구소에서 무릎에 앉아 쌍안경으로 들여다보던 색색깔의 새, 부모님이 젊은 연인이던 시절 자주 찾았던 장미정원의 꽃, 가족의 추억이 담긴 사진 등 주위를 채우던 소중한 존재들이 하나둘 소멸해가는 속에서도 상실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담담한 생활을 이어가던 중, ‘나’는 자신의 소설을 가장 먼저 읽고 평가해주는 담당 편집자인 R씨 역시 소멸한 것에 대한 기억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할아버지와 합심해서 집안에 작은 은신처를 마련해 그를 숨기는 데 성공한다. 언젠가 R씨가 숨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는 작은 희망에도 불구하고 ‘소멸’을 철저하게 이뤄내려는 비밀경찰의 기억 사냥은 날로 심해져가고, 달력이 소멸한 탓에 추운 겨울날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섬에는 식량과 물자가 점점 부족해진다. 이윽고 소설마저 소멸하면서 ‘나’는 채울 길 없는 공허감을 느끼는데……
피 한 방울 없이 그려낸 고요한 디스토피아
이십 년 넘는 시간을 건너 도착한 오가와 요코의 보석 같은 초기작
『은밀한 결정』은 SF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시공간이 명확하지 않은 배경과 의식주 묘사, 인물 간의 관계 등은 테크놀로지가 발달한 근미래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땅과 바다에서 식량을 자급하고 마을이 하나의 공동체로 기능하던 지난세기의 목가적인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오가와 요코를 작가의 길로 이끌어준 십대 시절의 애독서 『안네의 일기』가 있었다. 자신의 내면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귀중한 자유임을 깨닫게 해준 이 책처럼, 소중한 존재를 부당하게 빼앗기는 주인공의 시점으로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보자는 생각과, ‘기억이 소멸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는 발상을 하나의 주제로 이어본 것이 『은밀한 결정』의 탄생 계기가 된 것이다. 특히 나치 독일을 연상시키는 강압적인 비밀경찰의 감시하에 책을 쌓아놓고 불태우는 분서 장면, R씨가 은신처로 이동하는 날 큰비가 내려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있었던 장면 등은 『안네의 일기』에 대한 직접적인 오마주다.
“강제수용소에 끌려간 유대인들은 신발도, 머리카락도, 이름도 빼앗겼다. 그러나 안네가 일기를 남겼듯이 사람의 기억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쓰는 것, 기억하는 것은 ‘순발력’으로 하는 일은 아니지만, 멀리 보면 저항의 일환이 될 수 있다. (……)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짓눌리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사실을 덧붙이고 덜어내며 기억하는 것. 그것은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과 대등하다. 삶을 살아가며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저항이 아닐까.” (오가와 요코, 아사히신문 2020년 10월 7일자에서)
『은밀한 결정』이 영어로 번역 출간되었을 당시, 영미권 독자들 사이에서는 소설 속 비밀경찰의 권위주의적 행보에서 당시 미국의 정치 상황을 비추어보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또한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소멸’이라는 현상을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재해처럼 받아들이는 등장인물들의 체념적인 정서는 현재의 팬데믹 상황을 지배하는 무력감과 궤를 같이하며, 소설 속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등장하는 지진과 해일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광경을 연상시킨다. 오가와 요코는 “정치적 고발을 목적으로 (비관적인) 근미래상을 그리려는 의도는 없었고, 오히려 내가 태어나기 전의 과거를 배경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면서 해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나 역시 놀랐다. 내가 그린 소설 속 세계가 지금 현대인이 생각하는 근미래와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섬?하다”고 밝혔다. 자연재해, 테러, 전염병 등 예상할 수 없는 위기로 일상이 흐트러짐을 경험한 현대사회에서,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성을 지키는 길임을 우아하게 설파하는 『은밀한 결정』은 출간 후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한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체 모를 존재의 위협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끊어지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침묵을 강요받는 지금, 미처 말로 하지 못한 생각을 문학이 대신 건져낼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이란 인간에게 이토록 필요한 것입니다.” (오가와 요코, 『은밀한 결정』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본문중에서
“소멸이 일어나면 한동안 섬이 어수선해져. 다들 길거리 여기저기 모여서 사라진 것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해. 그리워하고, 서글퍼하고, 위로를 나누지. 만약 그것이 형체를 지닌 물건이라면 모두 들고 나와서 불태우거나 땅에 묻거나 강에 흘려보낸단다. 하지만 그런 동요도 이삼일이면 가라앉지. 사람들은 금방 원래의 일상을 되찾아.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떠올리지 못하게 되는 거야.” (6쪽)
“내 기억은 뿌리째 뽑혀나가지 않아.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여도 어딘가에 여운이 남아 있지. 작은 씨앗 같은 거야. 어쩌다 비가 내리면 다시 떡잎이 돋지. 그리고 설령 기억이 없어지더라도 마음이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기도 해. 떨림, 고통, 기쁨, 눈물 같은 것을.” (107쪽)
아무리 기다려도 봄은 오지 않았다. 우리는 달력의 재와 함께 눈 속에 갇힌 것이다. (183쪽)
불길은 거대한 생물같이 구불거리며 가로등보다, 전봇대보다 높이 뻗어올랐다. 바람이 불자 재가 된 종잇조각이 일제히 날아올라 허공을 떠돌았다. 주변의 눈이 완전히 녹아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이 진창에 붙들렸다. 오렌지색 불빛이 미끄럼틀과 시소, 벤치, 공중화장실 벽을 비추었다. 화염의 기세에 놀라 뿔뿔이 흩어진 듯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소멸해가는 소설의 유해만이 하늘을 그을리고 있었다. (241쪽)
바다는 페리를 집어삼키고, 방파제를 넘어, 해안가의 집들을 짓뭉갰다. 아마도 한순간이었겠지만 나는 그 광경의 작은 부분-평소 할아버지가 꾸벅꾸벅 졸던 접의자가 떠내려가는 모습과, 창고 입구에 떨어져 있던 야구공이 물에 둥둥 뜬 모습, 빨간 지붕이 종잇장처럼 접히며 파도에 삼켜지는 모습-을 하나하나 똑똑히 본 것 같았다. (270~271쪽)
그 오르간과 가방은 어디로 갔을까. 비싼 오르간이었는데 내가 일 년도 되지 않아 학원을 그만두는 바람에 어머니가 뭐라고 불평한 건 기억이 난다. 한동안 뚜껑을 닫은 채 조각품을 올려두는 받침대처럼 쓰다가 어느 틈엔가 자취를 감추었다. 설령 소멸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가 이렇게 조용히 사라져가는 법이다. (290쪽)
섬에 감도는 정적의 밀도가 점점 높아졌다. 낡은 것이 스러지는 속도와 새로운 것이 생기는 속도의 차이가 계속 벌어졌다. 동네의 레스토랑, 영화관, 공원은 한산했고, 지진으로 갈라진 도로는 수리없이 방치됐으며, 기차 운행 횟수가 줄고, 페리는 마침내 바다에 가라앉아 모습을 감추었다.
새롭게 생겨난 것은 밭에서 얼굴을 내민 약간의 무와 배추, 물냉이, 털실 공장에 다니는 아주머니가 짠 스웨터와 무릎담요, 어디선가 탱크로리로 운반되는 연료 정도가 다였다. 그리고 쉼없이 내리는 눈. 눈만은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363쪽)
저자소개
오가와 요코(小川洋子) 저
1962년에 오카야마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교 제1문학부 문예과를 졸업하고, 1988년 《상처 입은 호랑나비》로 가인엔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1991년 《임신 캘린더》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2003년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제55회 요미우리문학상 소설상, 제1회 일본서점대상 등을 수상하며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브라흐만의 매장》으로 이즈미교카문학상을, 2006년 《미나의 행진》으로 다니자키준이치로상을, 2012년 《작은 새》로 문부과학대신상을 수상했다. 《약지의 표본》이 프랑스에서 영화로 제작되었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 《호텔 아이리스》 《인질의 낭독회》가 일본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됐다. 2007년 프랑스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수여받기도 했다. 이외에 《식지 않는 홍차》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안네 프랑크의 기억》 《우연한 축복》 《언제나 그들은 어딘가에》 등의 작품이 있다.
김은모 역
일본 문학 번역가. 1982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일본어를 공부하던 도중 일본 미스터리의 깊은 바다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우타노 쇼고의 ‘밀실살인게임’ 시리즈를 비롯해,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 미야베 미유키의 『비탄의 문』,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시인장의 살인』, 『마안갑의 살인』, 미치오 슈스케의 『투명 카멜레온』, 『달과 게』, 『기담을 파는 가게』, 소네 케이스케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야쿠마루 가쿠의 『우죄』, 이케이도 준의 『변두리 로켓』,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이언스?』, 아시자와 요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죄의 여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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